[데일리코스메틱]

▲이종석(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제일 큰 욕망중의 하나이다. 로마인들은 화장수와 향유를 발라 유해오염 물질이 몸에 접촉하는 것에 대비하거나 피부병이나 구취 등을 감추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촉촉한 피부를 만들기 위해 수세미, 오이, 박의 줄기를 잘라 나오는 즙이나 수분을 화장수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화장수는 투명 액상의 화장품으로, 신체를 청결히 하고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이때 청정과 동시에 피부의 수분 밸런스를 유지하여 피부 정돈 효과를 갖는다. 피부에 수분과 보습을 제공하는 화장수는 사용자의 연령이나 피부 상태, 기호에 따라 보습제의 종류, 양은 물론 알코올량, 유분량을 조정하여 좋은 사용감과 탁월한 보습 효과를 주도록 한다.

화장수는 사용목적에 따라 크게 유연화장수, 수렴화장수, 세정화장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장수는 이 외에도 많은 용도로 사용되며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지고 있다.

<사용 목적에 따른 화장수의 분류>

분류 원어 특징 유연화장수 Softening lotion 각질층에 수분 및 보습 성분을 제공하여 유연하고 촉촉하며 매끄럽고 윤택한 피부를 유지함 수렴화장수 Astringent lotion 산뜻한 사용감으로 수렴 작용 및 피지 분비 억제 작용을 제공 세정화장수 Cleansing lotion 가벼운 색조 화장이나 오염된 피지 성분을 제거하여 피부를 청결하게 해줌

화장수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가용화 기술이다. 가용화란 물(용매)에 전혀 용해되지 않는 불용성 또는 조금만 용해되는 난용성 물질이 계면활성제에 의해 투명하게 용해되어 등방성 (isotropic) 상태의 용액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가용화 현상은 임계 마이셀 농도 (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 CMC) 이상의 농도 범위에서 계면활성제 단량체들의 회합으로 인하여 생성된 마이셀(micelle)에 의해 물에 불용성인 물질이 자발적으로 이동하여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상태를 형성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이 마이셀의 크기는 가시광선의 파장 (400~800nm) 보다 작아서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므로 투명한 상태로 보인다.

이러한 계면활성제 마이셀에 의한 가용화 현상은 생활 주변의 제약, 화장품, 페인트, 접착제, 섬유, 생활용품, 식품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도 응용될 뿐만 아니라, 생화학 분야의 enzyme action, 유기화학 분야의 micellar catalysis, 분석화학 분야의 chelate complex 가용화 등 학술적 분야에서도 그 응용성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외의 다른 많은 연구 분야로도 응용성이 확대되고 있다

가용화 현상을 이용한 화장품은 스킨, 에센스, 헤어토닉과 같이 수용액에 유성 성분을 용해시킨 경우 및 향수와 같이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 정유)성분을 용해시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립스틱과 같이 유성 성분 베이스에 수용성 성분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화장수에 사용하는 계면 활성제는 친수성이 강한 HLB 15~18인 것을 주로 사용한다.

화장품에 적합한 가용화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세정제 쪽에서 사용하던 가용화제를 사용하여 가용화 하였다. 그러나 피부 안전성 등의 문제가 있었으며, 어떠한 기능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가용화 제형의 기본 기능인 피부 정돈과 보습에 중점을 둔 제품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1980년대 이후 PEG-60 hydrogenated castor oil, Octyldodeceth-16, PPG-26-Buteth-26 and PEG-40 hydrogenated castor oil 과 같은 가용화제가 개발 되면서 가용화 능력 및 안전성, 안정도가 크게 향상되어 가용화 기술이 한 단계 발전 될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가용화제들 이다.

1990년대에 접어 들면서 가용화 제형에서도 미백이나 영양 공급을 통한 노화 방지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멀티 기능 제품들이 선보이게 되고, 가용화 제품이 효능 효과 측면에서 피부 보호 차원으로부터 적극적인 치료의 차원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제형적으로도 가용화 기술과 폴리머 기술이 향상 되면서 가용화 스킨뿐만 아니라 가용화 에센스, 젤, 크림, 팩과 같은 다양한 외관과 텍스처를 갖는 제품 개발로 확대 되었다.

또한 1990년대에는 스킨 외에 아스트린젠트(Astringent)라는 수렴 화장수가 인기를 끌었었다. “스킨을 바른 뒤엔 반드시 아스트린젠트를 발라 열린 모공을 닫아주세요” 라고 소개를 하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을 받았었지만, 청정 수렴 효과는 스킨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인식 되면서 아스트린젠트가 사라지고 오일 컨트롤 스킨 등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2000년대부터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화장품 분야에서도 나노기술을 도입하게 되었다. 화장품의 근본적인 목적이 피부 장벽을 효과적으로 투과하여 효능 성분을 피부로 전달하는데 있는 만큼,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나노기술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고압 유화기를 이용하여 제조된 나노에멀전 베이스를 함유한 스킨은 일반 현탁 스킨과 외관은 유사하나 오일 함유량이 많아 훨씬 촉촉함을 부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나노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새로운 활성성분 안정화 베이스 개발은 물론, 기존과 다른 현탁 스킨 베이스, 차별화된 외관, 기존 사용감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가능성이 있어 많은 연구 개발이 진행 되고 있다.

또한 제약 산업에서 사용하던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의 가용화 유화제로는 할 수 없었던 유효성분의 안정화를 리포좀(liposome)이나 Solid lipid nanoparticles(SLN), Nano crystal, 생체 친화성 고분자 마이셀을 이용하여 생리활성 물질을 안정화 하고 이것을 화장수에 도입하여 화장수에서도 기능성을 강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리포좀은 내부에 친수성 공간이 있고 외부는 친유성을 갖고 있는 이중의 지질막을 가지고 있는 미세 세포체로, 극성 및 비극성 물질을 모두 봉입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리포좀은 천연 유화제인 레시틴과 같은 인지질을 이용하여 제조 하게 되어 인체 친화적이고, 무자극, 무독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Solid Lipid Nanoparticle(SLN)은 colloidal 전달 시스템의 하나로 생체 적합성 및 안정성이 매우 우수한 나노 입자로 세라마이드나 비타민 등을 안정화 할 수 있다.

최근 화장품 산업분야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효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용화 제형 역시 수분 공급, 피부 정돈 이외에 미백 효과 및 주름 개선과 같은 다양한 효능 효과를 접목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신규 가용화제뿐만 아니라 가용화 제형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가용화 제형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는 보다 다양하고 가용화력이 우수한 계면활성제 개발로 제형 내에서의 가용화제의 함량을 줄임으로써 끈적임 없는 가용화 제형이 가능하고,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용화 제형에 적합한 새로운 천연 계면활성제 개발이 필요하다.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효성분의 개발이 필수이지만 유효성분의 효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계면에너지의 조절을 통하여 불용성 약물의 용해도 증진, 피부 투과성 증대, 약물 방출 속도 조절 및 표적 지향화 등이 가능하다.

피부장벽을 투과 할 정도의 유효성분을 안정화한 나노입자 제조기술을 가용화 제형에 적용하게 되면 유효성분의 효능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전자에서 언급한 리포좀의 경우 기존 기술이 더욱 진보되어, 온도나 pH 감응성 리포좀의 경우 안전하면서 효과적으로 생리활성 물질을 전달 할 수 있다. 그것도 생리활성 물질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시간을 두고 방출하게 되어 화장품에 적용시 일시적인 효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향후에도 나노기술이나 바이오 기술이 융합하여 화장품에 지속적으로 접목 될 것이다. 이러한 나노기술이 접목되면, 화장품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상승효과를 주며, 안정성의 요구가 증대되는 특이한 기능성 화장품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화장품과 제약의 경계가 사라져서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가 아토피, 여드름 치료 및 예방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장품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